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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아 일 기

아내의 입덧을 함께 하는 방법

by U Chance Papa 2021. 9. 2.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은 그 찰나의 순간,
정말 그때의 기분을 무슨 말로도 표현할 수 없더라구요.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해서 행복하게 해줬는데,
이건 그 행복에 행복이 덧씌워져 거의 정신을 못차리게 했다랄까요?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녀석이 찾아왔습니다.
네 맞아요. 말로만 듣던 바로 그녀석이죠, 입덧! 😱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서 긴장됐지만, 정신을 빠짝 차렸습니다.
'내가 대신 겪어줄 순 없지먼 나에게 맡겨! 필요한 건 내가 다 구해다줄테니까'라는 다짐을 했죠.

그리고 온갖 신경을 아내에게 밎춰놓고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바로 그 때!! 🤨
시작됐습니다. 시원한 과일이 먹고 싶다고, 그것은 바로 수박이라고.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이고 시간은 거의 저녁 11시가 다되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그녀석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없기에

무조건 "알겠어, 내가 수박 데려올게 기다려봐~😄"라는 한마디를 내뱉고

쏜살같이 외출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몸땡이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머리는 기하학적인 암호를 풀 듯,  

수박을 살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그곳까지의 최단거리 동선은 어디인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었죠.

 

 

그리고 옷을 다 입음과 동시에 머릿 속의 네비게이션도 시작됐습니다.

그리고는 아내를 위한, 아내의 입덧이란 녀석을 퇴치하기 위한 질주가 펼쳐졌습니다.

나이키 운동화와 함께. 🏃‍♂️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그것도 한 발에 한 계단이 아닌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발을 딛을 수 있는 현실적 개수, 3~4개 정도를 한 발에 딛고 허들하듯이 내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머릿속의 네비게이션을 따라 뛰고 또 뛰고 숨이 차도 뛰고,

폐가 힘들다고 해도 참으라고 다독이면서 뛰었죠.

그리고는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이제 다 왔다, 폐야 넌 좀 쉬어라'라고 말하려는 순간

짧은 탄식이 먼저 나왔습니다.

'아.... 이런.... '

 

 

네 맞아요, 문 닫았습니다.
그것도 철로된 셔터로 아주 굳게 닫혀 있었죠.

'그래도!! 이렇게 포기할 내가 아니다!'라며

다시 재빠르게 머리가 굴렸고,

후보는 두 군데로 좁혀졌습니다.

 

거리는 두 곳 모두 현위치 기준으로 10분 거리 안팎.

그러나 한 곳으로 가서 또 문이 닫혀

다른 한 곳으로 이동할 경우의 거리는 총 30분이 소요될 수 있었죠.

한 곳 이동 10분, 다시 현위치 10분, 다른 한 곳 이동 10분.

선택의 순간, 결정의 순간.

 


"그래, 결심했어! 💪 빠밤~ 빠라바빠 빠밤~"
(이걸 이해하신다면, 당신은 적어도 저랑 같은 세대입니다. 😏)

다시 Run~ Run~ Run~ 🏃‍♂️ 그리고 도착!

 

선택의 결과는?!
과연 옳은 선택을 했을까요?!!
수박을 살 수 있을까요?!!
결과는?!!!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죄송합니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습니다. 🙄)

 


다행히도 문을 닫은 건 아니었고, 문을 닫고 있는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친 숨을 일부러 조금 더 거칠게 내쉬면서 사장님께 말했습니다.


"허억허억~ 사장님,

허억허억~ 저 수박 좀,

허억허억~ 꼭 사야하,

허억흐아으~ 사야합니다,

허이휴하~ 수박 하나만,

하이휴~ 주십쇼!!"


표정도 매우 단호하게 지었습니다.

이렇게요. 😠

사장님의 표정은 저와 상반되게

'뭐.. 뭐지 이 사람은..?' 이라고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지요.

그리고는 무뚝뚝하지만 가뭄에 단비내리듯 건넨 한마디. 


"골라보셔"


저는 그와중에 주먹을 쥐고

가운데 손가락 중간 마디를 세워 수박마다 두드려보며

'통통' 가장 경쾌한 소리가 나는 수박을 골랐습니다.

 

그리고는 사장님을 쓰윽 바라보며 말했죠.


"이걸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수박을 손에 들고 나이키 런닝화의 장점을 살려

아주 가볍고 경쾌하지만 빠른 스피드로 집을 향했습니다.

얼굴과 등에 땀이 흐르는 도중에 집에 도착을 했죠.

 

그리고는 아주 당당하고 내 스스로가 너무너무 대견하다는 듯이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뭐랬어~ 내가 수박 데려온다고 했지?"

 

아내는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어떻게 이 시간에 이걸 샀지라는 대견함과 궁금함 사이의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난 그렇게도 열심히 뛰었다'

라는 생각으로 뿌듯했습니다.  

결론입니다.


임신과 출산 사이의 아내를 둔 남편님들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내의 입덧을

대신 겪어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입덧이란 녀석을

아내에게서 퇴치하십시오.

 

밤낮 구분없이 질주하십시오!

그 질주가 바로

아내의 입덧을 함께 하는 방법입니다. 😆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와 아빠를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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