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아빠의 행복한 대화법 #1
아이들은 이해받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이해받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몇일 전에 저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담임선생님께
"저희 원에서 1주일 뒤에 독서골든벨을 하게 되었어요.
독서골든벨 문제는 보내드린 책 5권 중에 낼 예정입니다.^^" 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평소에도 유치원에서는 1달에 1번씩 '다독상'을 수여하기에
잠자기 전에 항상 2~3권씩 읽어주었고, 그 덕분에 매달 다독상을 따박따박 잘 받아오긴 했습니다.
이 다독상은 저나 아이 엄마가 읽어주고, 아이는 듣기만 하면 되었기에 잘 받아올 수 있었죠.
그런데 독서골든벨은 선생님이 내주신 문제를 듣고
문제에 적합한 답을 아이가 직접 선택해야 하는,
다시 말하면 집중력과 선택이라는 능동적인 행동이 요구되죠.
저는 아이의 유치원 가방에 들어있는 책 5권을 평소와 같이
자기 전에 읽어주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의 생각은 조금 다르더라구요.
"아빠, 저 문제를 틀리면 어떡하죠? (베시시)" 웃고는 있지만,
실제로 '문제를 틀리면 어떡해..'라는 표정이 읽혀지더라구요.
자신감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었어요.
"아빠는 유찬이가 선생님이 내주시는 문제를 다 맞히면 정말 좋겠어.
그런데 그것보다 선생님이 내주시는 문제를 집중해서 듣고, 자신있게 답을 고르는 모습이 더 기대돼.
혹시 네가 자신있게 선택한 답이 틀리더라도 아빠와 엄마는 너의 노력한 모습을 칭찬해 줄거야.
그리고 아빠가 생각하기에 선생님은 아마 우리에게 이런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으셨던거 같아.
그러니까 우리 재미있게 책을 읽고,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준비해보자~"
유치원에서 개최하는 독서골든벨을 위한 스파르타식 책 읽기보다
그때까지 준비하는 시간이 아이와 저에게 더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을 보고 이것저것 아이의 생각도 물어보고,
제 생각도 말하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기도 하다보니 한 권을 읽는데 1시간씩 걸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시간 동안 아이의 얼굴에도 제 얼굴에도 미소가 계속 끊이지 않았던거 같아요.
그렇게 1주일이 지나 독서골든벨을 하는 당일날 아침,
유치원에 갈 채비를 시키는 내내 아이는 밝아 보이지만 조금 긴장한 듯한 표정이더라구요.
그래서 아이에게 "조금 긴장되니? (네), 아빠랑 엄마랑 같이 읽으면서 재밌었었지? (네),
선생님이 내주시는 문제는 너랑 아빠랑 엄마랑 같이 어떤 게 재미있었는지를 물어보실거야~
그러니까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내용들을 기분좋게 생각하면 되는거야, 알겠지?"
그제서야 조금 아이의 표정이 편안해지는 거 같더라구요.
그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유치원에 등원을 시키고 저는 직장에 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얼마나 지났을까요,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들뜬 목소리였죠.
"선생님한테 전화왔는데,
독서골든벨 울렸대! 금메달이랑 최우수상 받았다고 연락왔어, 기특하지?"
저 역시, 그 조그마한 녀석이 참 기특하다 생각되더라구요.
그리고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어요. 내심 중간에 탈락해서 실망하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었거든요. 잠시 후엔 웃음이 나더라구요.
선생님이 내주시는 문제에 집중했을 모습, 답을 알기 전까지 긴장했을 모습 등
독서골든벨에 참여하는 아이의 전체적인 모습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서요.
퇴근해서 집에 도착했더니,
'두다다다다~', 아이는 제가 신발을 벗기도 전에 금메달과 상장을 들고 와서는
"아빠, 저 독서골든벨 울렸어요!!, (금메달과 상장을 높이 들고)이거 보세요~"
그 모습을 보자마가 잘했다는 말과 함께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축하의 액션을 보여주었어요.
그리고는 꼬옥 안아주면서
"열심히 해줘서 고맙고, 아빠랑 엄마랑 재미있게 책 읽었던 시간을 기억해줘서 고마워~" 라고 했더니,
"계속계속 기억할게요~" 라고 답해주는 아이를 보고 가족이 주는 행복이라는게 이런거구나를 느꼈습니다.
아이들은 사랑받을 때 행복을 느끼고,
이해받을 때 사랑을 느끼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이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이유를 자주 물어보는 편이에요.
"아빠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조금은 (자주) 허무맹랑한 답변이더라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는게 핵심이기에
'아 그래? 대단한 생각인데?!' 또는 '우아~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말로 호응해주죠.
그리고 아이가 좋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는, 제 감정을 앞세워 화를 내기보다
"방금 한 말(또는 행동)은 나쁜 말(또는 행동)인데, 왜 그렇게 말한거야(또는 한거야)?"
아이가 처음에는 말하지 않지만,
아빠가 추궁하는게 아니고 들으려고 한다는 걸 알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이유에서 그랬던 것인지 '차근차근' 설명을 합니다.
여기서 '차근차근'이라함은, 시간적인 부분과 내용적인 부분을 다 포함하고 있어요.
다 말을 할때까지 기다리고, 아이의 말이 마무리가 되면
'말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먼저 하고,
이어서 어떤 부분이 잘못된 부분이었는지
앞으로는 그와 같을 때 어떻게 말하거나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는 그에 대한 대답을 '꼭' 듣고, 뽀뽀와 허그로 마무리 하죠.
그리고 그 이후에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이와 저는
'어른과 아이'라는 생물학적 또는 사회적 벽의 경계를 허물고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시작합니다.
아빠는 쉬엄쉬엄 쫓고 아이는 신나게 쫓기는 술래잡기,
아빠는 재밌게 던지고 아이는 즐겁게 던져지는 몸싸움,
아빠는 아이의 머리카락은 커녕 몸뚱이가 다 보여도 못 찾아주는 숨바꼭질을 하죠.
그것도 둘 다 진심을 다해 놉니다. 머리에 땀나도록.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부모를 이해하고 있는 거 같아요.
아니 부모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부모보다 더 넓은 것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아이는 그 마음이 부모도 같기를 바라는 마음일 수 있어요.
부모가 더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요.
아이와 아빠가 행복하게 대화하는 방법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의 언어로 대화'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시작되는 거 같아요.
대부분의 아빠들은 아이를 키워내려고 하는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은 아이와 함께 커나가는 거라 생각해요.
오늘도 저는 제 아이와 함께 커나가고 있습니다.
마술인 듯 마술 아닌 마술같은 아이의 손놀림에 환호하면서...